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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온채하는 확실히 어딘가 지쳐 있었다. 작은 침대에 앉는 순간, 팽팽하게 긴장 중이던 근육이 비로소 녹진하게 풀리는 듯했다. 창밖으로는 거리 풍경이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녀는 건조하고 시큰한 눈동자에 눈을 계속 깜빡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온채하는 부름을 받고 침대에서 일어나 식사를 했다. 이 사람들은 뭘 하든 훈련이 잘된 모습이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밀려왔고 갓 짜낸 두유도 한 컵 놓여 있었다. 식사를 끝낸 온채하는 다시 침대에 앉았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잠잠하던 온채하의 휴대폰이 울렸다. 성시현에게서 온 전화였다. 왜인지 모르게 받기가 두려워진 그녀는 손에 휴대폰을 꽉 쥔 채 몇 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겨우 수신 버튼을 눌렀다. “네, 비서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온채하의 목소리에 성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사모님, 괜찮으세요? 지금 어디 계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주니 너무 어려웠던 온채하는 눈꺼풀을 내리깔고 말했다. “적어도 두 달 동안은 재원시에 없을 거예요.” 두 달 뒤면 설날이었고 이대로 20일을 버티면 크리스마스였다. 온채하가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때는 배승호와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지지도 않았었다. 성시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이 무사하시기만 하면 돼요. 대표님 곁은 저희가 잘 돌보고 있으니까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온채하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오므라들었다. 어쩌면 배승호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채하가 배승호와 함께 해외에서 보낸 그 짧은 며칠은 그녀에게 너무 큰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깨끗하고 예쁜 옷과 신발을 신겨주더니 갑자기 밀어내는 배승호의 그 행동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치 아이를 버리기 직전, 마지막으로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을 입히는 부모들처럼 굴었다. 배승호는 항상 환상적인 순간을 선사해 주다가도 잔혹한 현실의 칼날을 목 앞까지 들이밀곤 했다. 온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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