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배승호, 손 치워. 말하게 둬.”
배승호는 여전히 온채하의 입을 막은 채 그녀를 끌어 일으켰다.
“여울아, 너는 가서 할아버지랑 말 좀 나눠줘. 건강도 안 좋으신 분인데 괜히 열 받게 했다간 또 내가 불효자 소리 듣잖아.”
이 말을 끝내고는 온채하를 질질 끌고 마당으로 나갔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온채하는 무릎 꿇기 싫었지만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했다.
“이쪽으로 와. 여기로 와야 안 보이니까.”
그렇게 온채하를 끌어당긴 배승호는 똑바로 정좌하듯 무릎을 꿇었다.
되레 온채하는 무릎을 꿇지 않고 여전히 서 있었다.
하지만 배승호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곳은 사각지대였고 배정환은 창밖을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배승호는 거실의 통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봤다.
배정환은 진여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표정은 이미 차분해져 있었다.
온채하는 이틀 전부터 뭔가 배승호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걸음걸이도 예전만큼 힘이 없어 보였고 문득 그가 다쳤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등에 머물렀다.
오늘따라 유난히 등을 곧게 펴고 있었고 정장을 벗어놓은 그는 하얀 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늘었지만 금세 굵은 장대비가 되었다.
배승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순간, 통유리창 너머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배승호는 그녀를 세게 끌어당겨 무릎 꿇게 만들었다.
다가온 사람은 진여울이었는데 이내 그녀가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승호 오빠, 오빠 등 아직 다 안 나았잖아. 들어가.”
하지만 배승호는 등을 굽히지 않고 잔잔한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께 말씀드려. 채하를 제대로 못 다룬 건 내 잘못이라고.”
진여울의 눈빛이 순간 일그러졌다.
질투와 증오가 번뜩이듯 번졌다.
그러고는 뒤돌아 배정환에게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로부터 무릎 꿇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전해졌고 결국 두 사람은 한 시간 남짓만 무릎을 꿇게 되었다.
실내에서는 식사가 차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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