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온채하는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진여울은 가장 먼저 눈치채고는 급히 배씨 본가에 있던 주치의를 불렀다.
온채하는 피 냄새를 싫어해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진여울은 배승호 곁에 앉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조금 아프진 않냐 묻기도 하고 의사에게 거즈며 연고를 건네며 바삐 움직였다.
배승호도 틈틈이 진여울과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았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 분위기는 너무나 다정해 보여서 마치 자신이 거기서 필요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온채하가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뒤에서 김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 자기가 어떤 신분인지도 모르고... 결혼한 주제에 자기 아내 앞에서 전 약혼녀랑 저리 살갑게 구니 원...”
온채하는 재빨리 돌아서 김연주의 팔을 부축했다.
“할머니.”
김연주는 그녀의 손등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너도 참, 가만히 보고만 있지 말고 같이 껴서 분위기라도 좀 뒤섞어보지.”
“할머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 괜히 또 할아버지랑 다투실까 봐요.”
몇 해째 노부부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연주 쪽에서 일방적으로 말을 끊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할 때도 거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김연주는 유독 배씨 가문의 사당에 머무는 걸 좋아했다.
사당은 본가 서쪽 끝에 있어 본채와 제법 떨어져 있었기에, 마주칠 일도 드물었다.
“내가 그 사람하고 뭘 또 싸우겠냐. 채하야, 네가 정말 승호랑 끝낼 거라면, 그동안 쌓은 세월이 아깝지 않니?”
온채하는 속눈썹을 낮춘 채 공손하게 웃었지만 눈빛만큼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할머니, 요즘은 이런 말이 있어요. 매몰비용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요.”
김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 착한 아이였는데, 예전에는 그렇게도 잘 웃었는데... 요 몇 년 사이 웃는 얼굴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김연주는 배승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진여울과 이야기 중이었다.
두 사람은 예전에 어떤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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