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오히려 나유정이 정해은을 보자마자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모두 성수혁 밑에서 일하는 능력 있는 부하이자 그가 가장 신임하는 부하이기도 했다.
정해은은 나유정이 자기를 몹시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변화는 백유라가 등장한 이후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성수혁이 사라지기 전, 정해은이 회사에 올 때마다 나유정은 늘 ‘언니’라고 부르며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당시 나유정은 대학교 4학년 학생으로 성한 그룹에 인턴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그러다 나중에 뛰어난 성과를 보여 보다 일찍 정규직이 된 것이다.
지금의 나유정은 백유라와 절친인 듯했다.
하지만 이 우정에 무슨 꿍꿍이가 섞여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유정의 가소로운 표정에도 정해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정해은은 성수혁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 지분 양도 절차를 밟았다.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정해은만 신경 쓰던 나유정은 성수혁의 움직임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절반의 지분을 왜 정해은한테 넘겨주는 거예요?”
나유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곧장 달려가 지분양도서를 빼앗으려 했다.
그런데 정해은이 먼저 지분양도서를 낚아채 그 위에 바로 사인했다.
“해은 언니!”
“나유정!”
임재휘가 나유정을 끌어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쳤어? 대표님과 사모님은 부부라서 모든 게 공동재산이야. 왜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임재휘의 말은 나유정에게 차가운 물을 한 바가지 끼얹은 듯했다.
나유정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본능적으로 성수혁 쪽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없는 그의 얼굴에는 감정 변화 하나 없었다.
“죄... 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실례했네요.”
나유정은 가장 먼저 성수혁에게 사과했다.
방금 너무 충동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님 마음속에는 분명 유라 밖에 없어. 정해은은 단지 빈집털이를 했을 뿐이야. 대표님도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새로운 사모님은 곧 내 절친 백유라가 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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