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정해은은 성한 그룹을 떠나면서 또 나유정과 마주쳤다.
나유정은 방금 밖에서 또 누구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화가 난 표정이었다.
“어머.”
나유정이 그녀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참 대단하던데요? 존경스러울 따름이에요.”
‘대표님을 얼마나 꼬드겼길래 지분까지 넘겨주는 거야.’
그녀의 조롱에도 정해은은 전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다 할아버지 지시로 양도한 건데 나 비서 표정을 보니 불만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원래 거만하던 나유정은 순식간에 기세가 꺾였다.
“뭐라고? 말도 안 돼.”
이때 갑자기 백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끈한 롱드레스를 입고 10cm짜리 하이힐을 신고 있는 백유라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정해은은 무심코 강렬했던 그녀의 립스틱 색깔이 입 주위에 번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누군가 깨문 것 같았다.
딱 봐도 방금 사무실에서 성수혁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백유라의 작은 속셈은 전부 다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립스틱이 번졌는데도 메이크업을 고치지 않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정해은 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확실히 보여주려는 것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정해은은 분명 고통스러워하며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신경 쓰지 않으면 고통도 느끼지 않는 법이었다.
“할아버지가 정말 언니한테 양도해주라고 했다고?”
백유라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방금 사무실 안에서 성수혁을 겨우 달래서야 지분양도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노인네가 미쳤나.’
지분양도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정해은과 성수혁이 이혼하더라도 그 재산은 여전히 정해은 본인에게 속한다고 했다.
즉 정해은이 사모님 자리를 물려주든 말든 절대 백유라의 것이 될 수 없었다.
나유정은 멍한 표정이었고, 백유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해은은 이 두 사람을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중간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비켜봐. 길 막지 말고.”
지나가던 직원들은 하나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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