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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정해은이 떠난 후에도 나유정은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딱히 다른 이유는 없었지만 방금 정해은이 했던 말들이 나유정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을 뿐이다. “어디서 이간질하고 있어.” 나유정은 콧방귀를 뀌었다. 겉으로는 상대방의 헛소리를 조금도 믿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정해은의 말이 뽑아낼 수 없는 가시처럼 그녀의 마음속 깊이 박혀 버렸다는 것을 나유정 자신만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정해은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에 공원에 들러 잠시 산책하기로 했다. 오늘은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사람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흡수할 필요가 있는데 자연에서 얻는 것이 가장 좋았다. 정해은은 공원에 들른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공 호수 옆에서 생을 마감하려는 한 소녀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기껏 해 18살 정도로 보이는 꽃다운 나이인데도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인공 호수 쪽으로 다가갔다. ‘자살하려나 본데?’ 정해은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 호수에 뛰어들려는 소녀를 한 손으로 잡아끌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나란히 풀숲에 넘어졌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정해은의 목소리는 엄숙하기만 했다. 그녀는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을 참을 수 없었다. 살아있기만 하면 반드시 희망이 가득한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성수혁에게 배신당하고, 백유라에게 모함당하고,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심지어 친정 식구들조차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압박과 고통 속에서도 절대 삶을 포기하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무슨 어려움이라도 있어요?” 정해은은 풀숲에 앉아 눈물 자국이 선명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그저 울기만 할 뿐, 전혀 살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임에도 얼굴은 초췌하고 창백했으며 두 눈은 충혈된 채 계속 흐느끼고 있었다. “인생에 극복하지 못하는 고비는 없어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살아가는 게 뭐가 두렵다고 그래요.” 정해은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해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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