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후배랑 무슨 일이 생길 거면 이미 벌어졌어. 연서윤, 온종일 할 일 없어서 그래?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 짜증 나게.] [거울 좀 봐봐. 왜 그렇게 불평불만이 많아. 예전의 다정하고 조용한 모습은 어디 간 거야.] [계속 이렇게 나랑 싸우고 괜히 화낼 거면 우리 그냥 헤어져.] 아래로 더 넘기자 온통 연서윤이 상대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예상대로 이미 차단된 상태였고, 상대는 문자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첫사랑이라 연서윤은 한동안 헤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정해은이 봤던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언니, 남자는 다 그런 거예요?” 연서윤이 흐느끼며 말했다. “예전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거든요. 예전엔 정말 저를 사랑하고 저한테 엄청나게 잘해줬어요.” 정해은은 침묵하다 말고 얼굴에 안타까움이 비쳤다. 연서윤에게서 한때 자기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성수혁과 백유라가 애매모호한 사이일 때, 그녀 역시 자주 의심하고 따지곤 했다. 백유라가 조금만 뭘 해도 쉽게 흥분하면서 말이다. 혹은 성수혁이 저녁에 별장에 돌아오지 않고 여러 핑계를 대면서 ‘겁쟁이’ 백유라랑 같이 있으려고 할 때마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 마음이 매우 초조했다. 이런 날들이 오래 지속되면 정신적으로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연서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두 눈으로 정해은을 바라보았다. “저 정말 형편없는 사람일까요?” 정해은은 고개를 저으며 따뜻하고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 “서윤 씨는 정말 잘하고 있어. 그런데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해. 남자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마. 그들은 몇 마디 말로 서윤 씨의 모든 것을 부정하지 못해.” “그러면 왜 저랑 헤어지려는 걸까요?” “소중함을 몰라서 그래. 정신적 외도했는데 헤어진 게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야.” 정해은은 이 낯선 소녀에게 조언하는 동시에 자기한테도 다시 한번 경고하고 있었다. 연서윤은 거의 무너질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저를 정말 사랑했단 말이에요. 저한테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