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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정해은은 절대 낙담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인생이 길고도 험한데 계속 열심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리라 다짐했다. 오후 3시 30분이 되자 기선우가 같이 밥 먹자고 문자를 보내왔다. 정해은이 막 답장하려던 찰나, 주연희가 문 열고 들어왔다. “해은아, 저녁에 같이 밥 먹을까? 누구랑 문자를 주고받고 있어?” 주연희가 다가와 채팅 내용을 확인했다. “보아하니 내가 사주는 밥을 먹지 못하게 생겼네.” 주연희는 입을 가리고 익살스레 숨죽여 웃었다. 정해은은 어이가 없었다. “아직 대답도 하지 않았잖아.” “그러지 마.” 주연희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감히 선우 씨랑 사람을 빼앗아. 그러니까 얼른 같이 밥 먹자고 해.” 주연희가 살짝 밀치는 바람에 휴대폰 화면을 잘못 누른 정해은은 ‘좋아요’라고 보내버렸다. 주연희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됐어. 이미 대답했으니 그냥 밥 한 끼 먹고 오면 되지. 비록 이게 오해였지만.’ 정해은은 바로 문자로 구체적인 약속 시간과 장소를 물었다. 그녀는 꼼꼼한 사람이라 언제나 미리 차근차근 계획해서 진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상대방은 금세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서 정해은은 제때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기선우가 고른 곳은 인테리어가 소박하고 아름다운 레스토랑이었다. “해은아, 이거 선물.” 기선우는 뒤에서 선물 박스를 꺼냈다. “별거 아닌데 너한테 도움이 됐으면 해.” 선물 박스는 크지 않았고, 휴대폰보다 살짝 더 컸다. 정해은은 박스 안에 든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향주머니?” “맡아봐.” 기선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정해은은 향주머니를 꺼내 코끝에 살짝 대고 냄새를 맡았다. “이거 한약이잖아요. 설마 직접 만든 거예요?” “응.” 향주머니에서는 진하지 않고 은은한 약 냄새가 풍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답답함을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이거 숙면을 돕는 향주머니거든.” 기선우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거 하나면 석 달 사용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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