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재는 강청연을 한 번 쳐다보더니 얼굴에 흙먼지를 바르고 바닥에 있는 칼로 옷을 몇 군데 찢은 후 볼품없는 모습으로 문 어구에 서 있었다.
“군주마마는 세자 저하의 여동생이니 들통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청연의 당부에 김신재는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알겠사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누가 너한테 마음을 썼다는 것이냐? 착각이 심하구나.”
산기슭에서 이무령이 기병을 이끌고 빠르게 달려왔다.
김신재는 뒤뚱뒤뚱 달려 나가 콧물 눈물범벅을 한 채 울먹였다.
“군주마마, 드디어 오셨군요!”
이무령은 볼품없는 김신재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찌질한 모습이 참 꼴 좋구나. 세자빈마마는 어디 계시느냐?”
“절 안에 계시는데 오른발을 다치셨습니다.”
“심각한 것이냐?”
이무령은 금세 긴장하며 물었다.
“그냥 삐끗해서 약간 부었는데 지금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먼저 옷 한 벌 줄 수 있겠습니까? 어젯밤 입구에서 밤새도록 지켜서 너무 춥습니다.”
이무령은 부하에게 김신재에게 솜옷을 주라고 지시하면서 말했다.
“그나마 예의를 아는구나.”
거침없는 성격의 이무령은 아무 의심도 없었으며 그녀 눈에 환관은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다.
이무령은 절 안으로 들어가 잡초 더미 속에서 몸을 떨고 있는 강청연을 확인하고 급히 눈여우 망토를 걸쳐주고는 그녀의 발목을 검사하고 약을 발라주었다.
“세자빈마마, 김신재가 어젯밤에 무례하게 굴진 않았습니까?”
강청연은 조금 당황하더니 대답했다.
“환관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또 감히 그러지도 못하겠지요.”
“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이무령은 호탕하게 웃다가 이무열의 상황도 환관보다 나은 건 아니라는 생각에 얼른 웃음을 멈추었으며 더 이상 웃음이 나오지도 않았다.
강청연이 용모를 가다듬고 이무령의 부축을 받으며 절을 나서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 명의 우림군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세자빈마마를 뵙겠사옵니다! 늦어서 죄송하오니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다들 일어나거라. 너무 춥고 배고프니 얼른 막사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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