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재는 당황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해명했다.
“확실히 확인하기 어렵사옵니다만 그날 서재에서 세자 저하께서 다쳤다는 걸 알았는데 만약 첩자였다면 진작 주상 전하께 알려 세자를 폐위시켰을 것이옵니다. 왜 힘들게 세자 저하의 환심을 사려고 도왔겠사옵니까?”
“네 치국책도 오로지 살기 위한 것이겠구나.”
“소인은 자발적으로 활과 화살을 제작하여 세자 저하가 동렵에서 이길 수 있도록 호랑이 사냥하는 것을 도왔사옵니다. 이것도 살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옵니까?”
김신재는 언변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기에 논리에 빈틈이 없었다.
강청연도 총명하고 사리에 밝기에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걸 알지만 방금 김신재는 겁도 없이 그녀를 강제로 가졌기에 처녀의 몸을 잃은 그녀는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네 말을 믿을 사람을 없을 것이다. 넌 천생이 교활하고 성실하지 않구나.”
김신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돌려 강청연과 한참 눈을 마주치다가 손으로 칼날을 자기 목으로 가져갔다.
“그럼 세자빈마마께서 저를 베시옵소서. 소인은 세자 저하가 문괴를 따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사옵니다. 그럼 결국 장차 왕위는 저희 아이가 계승하게 될 것이옵니다.”
“잠깐만...”
강청연은 다시 긴장하며 말을 이어갔다.
“단 한 번으로 어찌 회임할 수 있다고 단정 짓는 것이냐?”
“소인이 워낙 젊고 건장하여 이렇게 자신하는 건지도 모르겠사옵니다.”
“당장 그 입을 다물지 못할까!”
강청연은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원래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해야 한다는 일 때문에 많이 초조했지만 그래도 그건 계획에 있던 일이다.
허나 지금 갑자기 김신재의 아이를 가져서 배가 불러오는 상황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강청연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지금 고향을 떠나 홀로 경성에 있는 20세 소녀일 뿐이다.
“세자빈마마께서 지금 저를 죽이시옵소서. 몸이 찢기는 형벌은 정말 너무 고통스럽사옵니다!”
김신재가 애원했다.
“너도 이제 두려우냐? 조금 전에 내가 아프다고 할 때는 왜 멈추지 않은 것이냐?”
강청연은 흥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