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김신재는 이무필을 향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대군 나리, 송구하오나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세자 저하께서 이미 소인을 스승으로 삼으셨습니다. 덕헌국 율례 궁중 예절 제1조에 따르면, 임금과 부모 다음은 스승이라 하였거늘 어찌 감히 제가 종이라 자칭하겠습니까.”
“허허, 웃기는 말이구먼. 세자가 환관을 스승으로 삼는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거라. 형님, 대체 왕실 체면을 어디에 두려는 겁니까?”
이무필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날을 세웠고, 이무열 역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솔직히 그 역시 환관을 좋게 보지 않았다. 사정만 달랐다면 진작 김신재의 목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김신재는 오히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소인은 그저 하늘도 뜻을 바로잡고 인재를 가림 없이 내려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출신을 따지지 않고 인재를 쓰라는 것이 전하께서 내리신 율례의 본뜻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서도 신분보다 실력을 보시겠다고 하셨으니 저는 그 뜻을 따른 것뿐입니다.”
“이게 다 궤변이 아니면 무엇이냐!”
김신재는 말을 이었다.
“세자 저하께서 소인을 스승으로 삼으신 건 전하의 뜻을 가장 충실히 헤아리셨기 때문이라 생각하옵니다. 나라의 기틀과 백성을 먼저 생각하신 결정이옵니다.”
조용히 지켜보던 덕종은 크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하하! ‘하늘이 뜻을 바로잡고 인재를 가림 없이 내려주시길 바랄 뿐이다’라 하였느냐. 실로 호쾌한 말이다. 조정의 유현들이 머릴 싸매도 찾지 못한 이 말을 네 입에서 듣게 될 줄이야. 김신재, 과연 인재로구나!”
“전하의 과분한 칭찬, 송구하고 황송할 따름이옵니다.”
김신재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드렸다.
사실 김신재 본인도 놀랐다. 그저 어디서 들은 말 하나를 인용한 것뿐인데 전하께서 그토록 마음에 들어 하시다니. 진심으로 드린 말이지만 이런 반응까지는 예상 못 했다.
“아바마마, 제가 생각하건대...”
이무필이 말하려 하자 덕종이 그의 말을 잘랐다.
“무필아, 네가 그자가 환관이라 하여 천하다고 여기니 내가 김신재를 직접 세자의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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