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는 조정에서도 손꼽히는 실세로 권력과 지위 모두 상위 3위 안에 드는 인물이다.
그가 직접 나섰으니 백관들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였다.
모든 대신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고 심지어 왕자, 공주, 왕손들조차도 술을 마시거나 장난치는 걸 멈췄다.
조장훈의 온갖 허세를 부렸다. 분위기를 잡느라 눈을 감고는 손을 등 뒤에 짊어진 채 한참을 침묵하며 고민하는 척을 했다.
사실은 이미 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다.
그가 손바닥을 펴서 덕종을 가리키며 읊조리듯 말했다.
“전하께서는 참된 천자이십니다.”
“좋소!”
백관들은 다짜고짜 감탄을 내뱉기 시작했다.
조장훈이 지은 시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라 국사 눈 밖에 나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차피 덕종을 찬양하는 내용이니 추켜세운다고 손해 볼 일도 없었다.
눈치껏 박수치는 건 공직자의 기본이니 말이다.
조장훈은 몇 초 더 생각하는 시늉을 하더니 두 팔을 벌려 외쳤다.
“백성들 위해 맹수를 물리치셨지요.”
“전하께서는 천고에 길이 남을 명군이십니다!”
백관들은 계속해서 맞장구를 쳤다.
“용의 후예가 누구냐 묻거든.”
조장훈이 세 번째 구절을 읊으면서 갑자기 눈을 뜨더니 손가락으로 이무필을 가리켰다.
그리고 감정을 실어 가장 크게 외쳤다.
“그것은 바로 오늘날의 무필 대군이십니다!”
순간, 원수전 안에는 귀청이 터질 듯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청연과 세자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박수를 쳤다.
강청연은 그 시를 속으로 세 번이나 읊조렸다.
대체 이게 어디가 좋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덕종과 이무필을 노골적으로 띄워주는 시일 뿐이었다.
그에 비해 김신재의 작품은 훨씬 뛰어났고 격이 달랐다.
덕종도 내심 별 감흥이 없었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조장훈의 시는 어디까지나 평범했고 김신재의 시처럼 들으면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없었다.
게다가 ‘천자’니 ‘맹수’니 하는 개념도 원래 김신재가 처음으로 써먹은 것이다.
이무필은 원래 ‘맹호는 산신’이라 주장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