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저는 김신재하고 같이 못 잡니다.” 이무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뭘 그리 호들갑이냐. 같은 침상에서 자라는 것도 아니고, 설마 네게 무례를 범하겠느냐.” 이무열이 태연히 대꾸했다. “그래도 싫습니다.” 이무령은 끝내 김신재가 손버릇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괜히 이무열의 분노를 사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알게 모르게, 이무령은 그 천한 내관 출신 소부를 감싸고 있었다. “김신재가 군주인 네게 무례를 범했느냐?” 이무열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아닙니다. 오라버니, 김신재는 환관인데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무령은 황급히 부인하다 보니 말실수하게 되었다. 역시나, 이무열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 또한 환관이나 다름없는 상처를 지닌 몸이었다. 그날 이후, 여자에게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둘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이무열은 김신재가 남자로서 탈선을 저지를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럼 됐다. 후사를 위한 밀책에 빈틈이 생겨선 안 된다. 내 말대로 하거라.” 이무열이 단호히 말하자, 이무령은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열흘 뒤, 강씨 왕조 연제국. 강왕과 왕후가 친히 서성문 밖까지 나와 딸과 사위를 맞이했다. 강청연이 경성으로 시집간 뒤 처음 친정을 찾은 자리였기에 의전은 성대했다. 연제국 대장군 구상철은 삼천 기병을 이끌고 5리 밖에서 나와 깃발을 휘날렸다. 강청연의 가마가 보이자, 구상철은 두 눈을 번득이며 말에서 내려 호탕하게 웃었다. “공주마마, 드디어 돌아오셨습니까. 소신, 구 장군이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릅니다.” 강청연은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혐오를 띠었다. 구상철의 느끼한 목소리만 들어도 속이 뒤집혔다. ‘김신재가 아니었으면, 저자에게 능욕당해 평생 악몽에 시달렸을 것이야!’ “구 장군, 세자 저하께서 뒤따라오고 계십니다. 마땅히 무릎을 꿇어 영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청연이 싸늘히 말했다. 구상철은 본래 이씨 왕조에 굴복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