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사흘이 지나도록 김신재는 여전히 장군부를 찾지 않았고 날마다 세자행궁의 땔감 창고에 숨어 십자연발석궁을 연습하며 화살촉을 다듬고 사냥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틈만 나면 강청연과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 처음 관계를 맺은 날로부터 헤아리면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갔기에 만일 기쁜 소식이 깃들었다면 이제쯤 태맥이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인의 몸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법이었다. 더구나 김신재 자신도 강청연과 같은 선녀를 한번 품에 안으면 중독되듯 놓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었다. 반면 구상철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사흘 내내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하고 밤잠조차 이루지 못했고 눈만 감으면 강청연의 절세미모가 아른거렸다. 그는 강청연 또한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기에 그 마음을 저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춘향을 당장 불러오라. 세자행궁의 우림군은 어찌 이리 조용하며 김신재는 왜 아직도 죄를 청하러 오지 않는 것이냐? 혹여 저들이 허삼중의 안위에는 관심도 없는 게냐?” 이내 춘향이 불려 들어왔다. “허삼중의 부하들에게는 네가 틀림없이 전해두었겠지?” “그자들의 귀에는 모조리 들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저들은 조금도 다급한 기색이 없고 매일같이 청월루를 들락거리며 술판을 벌이고 있지 않느냐. 허삼중이 우리 장군부에서 죽어간다 해도 상관없단 말이냐?” “김신재가 은전 500냥을 내걸며 인심을 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병사들로선 대장군께서 감히 허삼중을 어찌하지 못할 거라 여기는 듯하옵니다.” 실상 김태진도 허삼중 일행에게 모진 고문을 가했을 뿐 감히 그들의 목을 벨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여인을 탐하다 병란을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구상철 역시 섣불리 나설 수 없었고 사위들 넷 또한 이를 반기지 않을 것이었다. 덕헌국에 반기를 들기 위해선 북정 각 부족과 먼저 밀약을 맺어야만 했다. 은화영은 그간 김신재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것들을 생각하며 말했다. “대장군께서 어찌하여 이리도 애만 태우시옵니까? 저 김신재는 틀림없이 세자가 돌아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