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장민형의 지분은 이제 안중에도 없는 듯싶었다. 장여진은 안색이 돌변했다. 저 여자는 대체 무슨 자격으로 하시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거지? 하시훈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지만 누군가에게 푹 빠진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가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는 여자는 이례적이었다. 결국 저도 모르게 패닉에 빠졌다. 장민형은 싸늘한 눈빛으로 하시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시훈이 회사를 이어받고 나서 혜성그룹은 점차 안정기에 들어섰다. 따라서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장민형은 하시훈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 이용하려 했지만 지금 보니 이미 물 건너갔다. 이내 딸을 힐긋 쳐다보았다. 눈빛은 점차 싸늘하게 식어갔고, 하시훈을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나이가 어려 혈기 왕성한 건 이해하지만 선은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주변에 더 좋은 선택지가 분명 있을 텐데 말이죠.” 장여진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의미심장했고 노골적으로 티를 냈다. 즉, 두 사람을 이어주려는 심산이었다. 장여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잔뜩 기대하는 눈으로 하시훈을 응시했다. 하시훈의 얼굴은 시종일관 무심했고 설인아의 손을 잡으며 서늘하게 경고했다. “저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으니 3초 안으로 사라져 주길 바랍니다.” 그는 온몸으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냈다. 장민형은 비로소 당황하기 시작했다. 만약 계속 남아 있다가는 하시훈이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지를지 상상이 안 갔다. 심지어 오늘 대표실에 찾아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하시훈의 말에 잔뜩 기대하던 장여진은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싶었다. 이내 맞잡은 남녀의 손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무려 대주주의 딸로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자에게 패배했다는 생각에 두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당최 납득이 안 갔다. 결국 주먹을 불끈 쥔 채 발을 동동 구르며 버럭 외쳤다. “진짜 너무 하네요!” 그리고 울면서 대표실을 뛰쳐나갔다. “여진아!” 장민형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