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니 남하연의 화도 점점 풀려가고 있었다.
“심장병이라고는 하지만 그나마 그중에서도 제일 가벼운 병이잖아요.”
어깨를 으쓱이던 조진성이 소파에 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약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운동 열심히 하면 괜찮을 거예요.”
담담한 그의 말이 남하연에게는 오히려 위로가 됐다.
사실 남하연은 사람이 죽고 사는 건 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 일을 받아들이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때 조진성이 턱을 들어 올려 앞에 놓인 검사결과보고서를 가리켰다.
“안에 내 명함도 넣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줘요.”
파일 안쪽을 들여다보니 정말 작은 명함 하나가 들어있었다.
이제 보니 조진성이 한량 같아 보여도 의사로서는 꽤나 믿음직한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남하연과 달리 그녀가 안쓰러웠던 채유리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왜 하필 언니가 그런 병에 걸려요?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멀쩡했었잖아요 그동안.”
남하연과 함께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채유리에게 남하연은 늘 빨간 장미였고 활짝 핀 해바라기였다.
그렇게 언제나 에너지 넘치던 사람이 갑자기 심장병이라니, 수많은 말로 포장해봐도 결국에는 수술 없이는 고칠 수도 없는 큰 병이었기에 채유리는 본인이 더 속상해했다.
눈물을 흘려대는 채유리를 보던 남하연은 이미 정해진 사실을 어찌할 수는 없어서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채유리를 향해 손짓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남하연은 손을 들어 채유리의 볼에 난 눈물 자국을 닦아주었다.
“우니까 진짜 못생겼다.”
“언니!”
채유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을 흘기느라 눈물을 그치자 남하연은 그녀에게 검사결과보고서를 건네주었다.
“그만 일고 이거부터 챙겨. 그리고 좀 이따 약 가지러 내려갈 때 나 딸기 좀 사다 줄래? 갑자기 먹고 싶네.”
호랑이처럼 무서운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매니저를 이렇게 다정히 챙겨주니 그 모습이 조진성은 좀 의외였다.
처음에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병원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알게 된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녀가 응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