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비됐어요.”
설인아는 오늘을 참 오래 기다렸다. 구성윤이 시선을 돌려 영설 그룹 로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
그렇게 삼촌과 조카가 영설 그룹 로비로 들어갔다.
회전문을 지나 보이는 영설 그룹 로비는 유럽풍이었고 천장에 걸려있는 샹들리에가 눈 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구성윤과 설인아가 로비로 들어서자 오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데스크 직원이 구성윤을 보고 허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했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회사로 나오시면 이사회 진행할 수 있게 회의실로 모시라고 했습니다.”
구성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설인아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문이 닫히자 설인아가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차갑게 비웃었다.
“소식은 참 빨라요. 내가 오는 줄 알고 환영식까지 준비했네요?”
설인아가 영설 그룹을 도로 가져갈까 봐 걱정하는 듯 보였지만 그들의 걱정에 부응하기 위해 설인아가 왔다. 구성윤은 설인아가 겁먹을까 봐 이렇게 다독였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구성윤의 눈에는 설인아가 아직 어렸기에 이런 상황에 놀라는 건 정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설인아가 사실 덤덤한 눈빛을 하고 있다는 건 발견하지 못했다.
영설 그룹 회의실.
커다란 회의실은 세면이 금색이었고 마름모 모양의 거울 타일이 붙어있었는데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미래지향적 사유를 그대로 보여줬다. 군데군데 보이는 막대 모양의 램프 아래로 까만색의 긴 테이블이 보였는데 화려한 공간에 무게를 실어줬다.
테이블에 모여 앉은 영설 그룹 주주들은 자리에 앉아 엄숙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설형우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동자에 깃든 악의를 숨길 수는 없었다.
‘설인아, 겁도 없지. 고씨 가문의 힘을 빌려서 회사를 장악할 생각을 해?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 보고 설쳤어야지.’
회의실로 들어온 두 사람은 바로 상석으로 향했고 구성윤은 설인아가 옆에 앉을 수 있게 의자까지 빼주더니 주주들을 쏘아보며 위압감 있게 말했다.
“앞으로 설계팀 팀장 자리는 여기 앉은 설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