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2화

그날부터 심유나는 시도 때도 없이 설연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설연우는 번호를 차단하고 받지 않았다. 오늘 카드를 바꾼 덕분에 드디어 통화가 연결된 것이다. 치밀어오르는 화를 풀 곳이 없었던 설연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고작 그런 일 하나 제대로 못 해놓고 돈을 바란다고요?” 나지운 때도 찾아가지 않았는데 심유나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심유나 씨, 잘 들어요. 내가 책임을 묻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히 여겨야지 무슨 낯으로 돈을 요구하는 거예요.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꺼져요.” 설연우가 전화를 확 끊어버리더니 핸드폰을 한쪽에 던졌다. ‘괜히 설인아와 친구겠어? 똑같이 재수 없네.’ 병실 앞 복도. 심유나는 통화가 끊긴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난간을 잡고 바닥에 스르륵 미끄러졌다. 그날부터 심유나의 마음은 칼로 난도질하듯 너무 힘들었다. 돈을 위해 친구까지 배신했는데 결국 아무 보수도 얻지 못한 것이다. 심유나는 설연우과 한편을 먹었던 것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따귀를 두 대 내리치고 싶었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심유나가 설인아의 번호를 찾아냈지만 그저 쳐다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이 터지고 지금까지 심유나는 설인아에게 사과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어떻게 설인아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고통에 잠겨있던 심유나는 반 시간이 지나고 다리가 저려와서야 결국 전화를 걸었다. 설인아가 아무리 냉정하게 나온다고 해도 심유나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벌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전화가 걸리지도 않고 끊길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퇴근길에 오른 설인아가 신호등에 걸려 차를 세우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지만 그래도 설인아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자 심유나가 멈칫하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미안함을 드러냈다. “인아야, 그날 일은 내가 미안해.” 입을 연 순간 심유나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앞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