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화

설인아가 미간을 찌푸리는데 화면에 성주원의 이름이 뜨자 한숨을 푹 내쉬며 좌석에 기대 전화를 받았다. 설인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성주원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나씨 가문에서 나지운 치료해 달라고 하면서 여러 번 찾아왔어. 상상도 못 할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는데 어떡할래?” 설인아가 멈칫했다. 그들이 찾아온 건 청난이었기에 사실 이상한 건 없었다. 어쩌면 나씨 가문에서는 하시훈이 데려온 몇몇 여자가 일반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설인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바로 말했다. “받을게.” 나씨 가문에 대한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성주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언성을 높였다. “너 괜찮아? 왜 나씨 가문의 의뢰를 받으려 그래?” 나씨 가문이 설인아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성주원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심한 짓을 당하고도 병을 치료해 주려는 설인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서 밟아줘도 모자랄 판에 치료는 무슨.’ 성주원은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설인아는 오히려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끼어든 유기견에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속도까지 줄인 설인아가 성주원에게 말했다. “상상도 못 할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는데 마다할 이유가 뭐가 있다고? 게다가 받는다고 그쪽이 무조건 편하다고 보기도 어려워.” 나지운에겐 단번에 고통 없이 치료해 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성주원이 멈칫하더니 소년과도 같은 준수한 얼굴에 기대가 차올랐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획 있어?” 두 사람은 알고 지낸 지 꽤 오랬기에 성주원은 설인아가 겉보기엔 냉정해 보일지 몰라도 한번 밉보이면 절대 봐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설인아는 유기견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렸다가 속도를 올리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서프라이즈니까 3일 뒤 공개할게.” 기대에 찬 표정으로 듣고 있던 성주원이 찬물이라도 맞은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다리를 꼬며 콧방귀를 뀌었다. “신비로운 척하긴.” 성주원은 정말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3일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