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가 전화를 받자 현정안이 애써 흥분을 꾹꾹 눌러 담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나쁜 계집애.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성주원 그놈부터 찾아갔다는 거지? 내가 그동안 못 해준 거 있어?”
니트 원피스를 입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현정안은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지적이고 우아했다. 만약 주얼리 사람이 있다면 그녀가 바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주얼리 디자이너 주린의 매니저 현정안임을 알아봤을 것이다.
현정안이 예쁜 눈동자로 예능에 나오는 설인아를 보며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업계 전설로 불려지는 그녀가 드디어 일할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기뻐 당장이라도 샴페인이라도 터트리고 싶은 심정이라 설인아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전화를 건 것이다.
설인아는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주무르며 의자에 기대앉아 손가락으로 컴퓨터 화면을 터치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 이제 같이 저 꼭대기로 올라가 보자.”
현정안을 잘 다독이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성주원에게 달려가 떼를 쓸지도 모른다. 설인아가 성주원만 챙기고 현정안을 챙기지 않았으니 언제든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다. 설인아는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현정안이 손에 낀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래야 맞지. 마침 요즘 콘테스트가 하나 있는데 준비해 봐. 자료는 이따 보내줄게.”
현정안은 설인아가 빨리 업계에 복귀해 거물로 불리는 영감탱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를 바랐다. 주린이 그만둔다는 말에 영감탱이들도 큰 인재를 잃은 것에 무척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쐐기를 박는 현정안을 보며 설인아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적으로 네 말에 따를게.”
복귀를 선택한 이상 설인아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즐겨하던 것들을 다시 주워들어 예전보다 더 멋지게 해내고 싶었다.
현정안이 예능에 나오는 설인아를 보며 의심했다.
“육진수랑 뭔가 이상한데? 헤어진 거야?”
그게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