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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오만’한 주린이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에 현정안이 입꼬리를 올리며 기뻐했다. 이제 두 사람의 시대가 곧 열리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하는 통화라 두 사람의 대화는 쉴새없이 이어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간이 지났다. 현정안은 시간이 늦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할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 예능의 열기가 하늘을 찌른지 한 시간쯤 지난 미우 호텔, 프랑스식 인테리어를 한 룸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는 진수성찬과 값비싼 술이 차려져 있었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설형우는 까만 슈트를 입고 옆에 앉은 고객에게 활짝 웃으며 술을 권했다. “전 대표님, 계약은 언제쯤 체결하면 될까요?” 설형우는 채씨 가문과 협업하기 위해 근 한 달을 매달려 있었다. 특히 400억을 도박판에 꼬라박은 뒤로 회사 장부에는 여전히 140억 정도의 구멍이 나 있었기에 설형우는 마음이 급해져 어떻게든 협업을 따내려 애썼다. 진청색 슈트를 입은 채철용은 온갖 아부를 떠는 설형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 경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나랑 협업하기엔 영설 그룹이 아직 많이 부족하죠.” 설형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더니 술잔을 든 손이 멈칫했다. ‘빌어먹을 채철용, 눈치를 밥 말아먹었나? 영설 그룹이 뭐가 어때서? 먼저 협업 요청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히 성의는 표시한 것 같은데.’ 속으로는 온갖 저주를 퍼부었지만 티를 낼 수 없었던 설형우가 활짝 웃으며 채철용을 바라봤다. “우 대표님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따냈으니 앞으로는 세계 시장으로 나갈 겁니다. 영설 그룹과 협력하는 건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니에요.” 설형우는 영설 그룹을 어필하려고 부연 섦명을 늘어놓았지만 채철용은 듣는 척도 하지 않더니 설형우가 권한 술 대신 옆에 놓인 술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 이에 술잔을 들고 서 있던 설형우의 손이 허공에 얼어붙고 말았다. 채철용이 경멸에 찬 눈빛으로 설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구명 그룹이 와서 얘기해도 모자랄 판에 설 대표는 너무 자격 미달이지...” 오만한 채철용의 태도에 설형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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