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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장 가만히 있다

나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일단 협의서에 사인하자, 그러다 나중에 재산 분할하기 힘들어." 그게 배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였다. '아니면 내 지분을 왜 가져갔는데?'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쪼잔한 법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많이 가지면 큰아버지 일가는 아마 십몇 년이 넘도록 나한테 뭐라고 할 것이다. 배씨 가문에서 돈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당연히 다른 사람이 얼마를 가졌는지도 많이 신경 썼다. 지난번에 일은 분명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민여정이 배씨 가문 아이를 임신해서 결국 내가 뒤집어쓰게 되었다. 나는 억울했지만 더 따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한 번만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이혼하고 싶었다. 배지훈이 미간을 찌푸렸고 말했다. "그렇게 이혼하고 싶어?" 나는 그가 화난 걸 알았지만 그가 왜 화났는지 알 수 없었다. '이혼 안 하면 뭐해? 내가 나중에 자기랑 민여정아이 키워줘야 해?' '아니면, 나는 배 사모님 이름만 지키고, 셋이 행복하게 살겠다는 거야?' 나도 화가 났고 짜증까지 났다. "프로젝트가 영향받으면 안 된다는 거 알아, 먼저 비밀리에 사인하면 되잖아." "프로젝트 끝나면 시청가면 되잖아." 그게 내가 처음부터 했던 생각이었다. 프로젝트 입찰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였다. 나중에 시공하고 감독하는 건, 내가 없어도 할 수 있었기에 회사에 영향 될 게 없었다. 게다가 민여정의 아이가 3개월이 지날 테니 아이를 남길지 아닐지도 결정 날 것이었다. 그래서 입찰하고 나서 이혼하는 게 제일 적합했다. 게다가 지금은 이혼 숙려기간도 있어서 이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안 돼." 배지훈은 단호하게 내 제안을 거절했다. "소문이라도 나면 회사 체면이 뭐가 돼."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우리 둘이 이혼하겠다고 난리 친 게 언젠데, 자기가 내연녀 때문에 몇 년이나 문제 생겼었는데, 이제 와서 이혼하는 게 회사 체면을 깎는 거라고?' 내가 반박하려고 하는데 민여정이 배를 내밀고 걸어들어왔다. 그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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