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다들 기뻐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주현진은 짜증이 났다. 짜증이 아니라 화가 날 정도였다. 서지안은 임신하여 요 며칠 주씨 가문에 있었다. 주씨 가문은 임신한 서지안을 아주 애지중지 다뤘다. 게다가 주현진에게도 아주 엄격하게 대했다. 서지안이 임신한 뒤 주현진은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주현진은 속에서 짜증이 끓어올랐다. 게다가 서예은이 다른 남자를 위한 선물을 사는 것을 보고는 더욱 짜증이 났다. 전에는 주현진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났다. 주현진은 결국 서지안을 집에 홀로 두고 떠나버렸다. 서지안이 그 사실을 발견했을 때, 주현진은 이미 클럽에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신 후였다. 주현진은 핸드폰을 꺼내 서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뒷감당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본능에 충실한 행동이었다. 주현진은 술기운에 취해 서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 소리가 울릴 때, 서예은은 창가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본 서예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현진이 왜 나한테...’ 서예은이 알기로 두 사람이 연락할 일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박시우는 마침 욕실에서 샤워 중이었다. 서예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서예은은 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주현진이 계속 전화를 걸 것이라는 걸 알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수많은 여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주현진은 알딸딸하게 취해 입을 열었다. “예은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지금 어디야?” “집이야.” 서예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술 취했어? 잘 못 건 것 같은데, 우리는 더 할 말 없어. 앞으로 나한테 연락하지 마. 난감하니까.” “난 안 취했어!” 주현진은 딸꾹질하고 얘기했다. “왜... 왜 다른 남자와 결혼한 거야? 전에는 나를 가장 좋아했잖아.” 서예은은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 “주현진, 재미도 없는 그런 농담 하지 마. 난 결혼했어. 내가 사랑하는 건 내 남편뿐이야. 그러니까 자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