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곧장 다시 차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이재희가 운전대를 잡았다.
이재희는 미친 듯이 차를 몰았고 이진아는 조금 전 먹은 약 때문에 머리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조각난 기억들이 다시 맞춰지기 시작하며 또렷해졌지만 가장 중요한 몇 곳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얼굴이 창백해졌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재희는 뒤쫓아오는 적들을 주시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진아, 괜찮아?”
고통에 말을 할 수가 없었던 이진아는 옆 손잡이를 꽉 잡고 겨우 말했다.
“밟아!”
이재희도 더 이상 다른 걸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미친 듯이 달려 황량한 곳에 도착해서야 상대도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이재희는 차를 세우고 옆에서 계속 떨고 있는 이진아를 보며 물었다.
“괜찮아?”
이진아의 목소리마저 다 쉬어있었다.
“괜찮아. 몇 가지 기억났어. 그런데 너처럼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야 그 사람들과 관련된 일들이 생각날 것 같아.”
이재희가 약을 집어 들어 살펴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내가 예전에 먹었던 거랑 함량이 달라. 만약 너도 나처럼 살인 병기로 키워졌다면 그때 우리한테 최고 함량의 약을 줬을 거야. 버틸 수 있으면 버티고 못 버티면 죽는 거지. 내가 있었던 공장은 그냥 작은 공장이었어. 너의 실력이 아직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을 거야. 아마 나보다 더 강할 것 같은데. 이 약은 함량이 아주 중요해. 다른 함량의 약을 먹으면 엄청 힘들 테니까 일단 좀 쉬어.”
그녀는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로 등받이에 기댔다.
이젠 도망치기에 급급하지 않아 이재희도 속도를 줄였다. 그때 이진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났어. 내가 왜 강현우를 싫어했는지...”
왜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의 뺨을 때렸는지 기억이 났다.
그녀가 막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속상한 마음에 술을 몇 잔 마시고 그와 하룻밤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혼란스럽고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사람을 잘못 보고 달콤한 말에 속아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