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는 늘 궁금했다. 이 사람이 대체 왜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건지 그 계기를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밤 일이 떠오르고 열여덟 살 이전의 교류를 떠올려 보면 두 사람은 정말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던 것 같았다.
강현우는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에 얹었다.
“그때 매번 내 곁을 스쳐 지나갔었어.”
‘다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뿐이지.’
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쩌다 용기를 내서 이진아를 불렀었는데 이진아는 약간 놀란 듯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는 상대와의 친밀도에 따라 거리를 엄격하게 구분했다. 강현우와 너무 가까워지면 문제가 생길 것을 알았기에 그에게 늘 경계심을 품었다.
이진아의 기억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기억해내려고 조급하게 서두르면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품에 안긴 채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 혹시 그날 밤에 다른 사람 이름을 불렀어요?”
강현우가 흠칫 놀라더니 약간 집착적인 말투로 말했다.
“신경 안 써.”
‘역시 강현우야.’
이진아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의 뺨을 때린 게 별로 미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의식이 또렷하지 못하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막지 않았으니까.
이진아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고개를 들어 그의 턱부터 쇄골까지 입을 맞췄다.
“머리 아파요. 일찍 자요.”
사실 아직 묻고 싶은 게 더 있었다. 사형이라는 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강현우도 본 적이 없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 사람 얘기를 꺼냈다간 또 발작할지도 모른다. 지금 절대 자극을 받으면 안 되었다.
강씨 가문에서 찾아오기 전에 먼저 강현우의 몸을 회복시키고 매일 그 약을 한 알씩 먹으면서 기억이 어디까지 돌아오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이재희는 그녀가 그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정말 그렇다면 강현우의 옆에서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보름 동안 그녀와 강현우는 꼼짝 않고 가만히 있어야 했다.
...
술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