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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엄혜정은 육성현의 어두운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그가 한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성현의 대답에 그녀의 요행 심리는 깨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육성현이 되물었다. 그러자 염경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했다. “넌 사람을 죽이려는 거야? 육씨 가문에서 목숨 값을 치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 염씨 가문과 육씨 가문은…….” “형님.” 염군이 그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두 가문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점은 없기 때문이었다. 육성현은 일촉즉발의 분위기에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염노인이 임종 전에 그에게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육성현이 방에 들어와서 모두 몇 마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혜정은 바로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라고 했어.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염정은에게 괴롭힘을 당했지.’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염노인께서 편히 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육성현은 염노인을 이용해 그들의 입을 막았다. 그러자 염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조영순이 들어와서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달이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 정은이도 염씨 가문의 사람이야. 이 점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도 이 참에 염씨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경고하죠. 엄혜정을 때리는 건 곧 나를 때리는 거예요.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이렇게 쉽게 끝내지 않을 거예요.” 육성현은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고 말했다. ‘이게 쉽게 끝낸 거야? 그럼 쉽게 안 끝내면 어떻게 되는데?’ 염씨 가문은 이런 도발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육성현의 독함을 생각하자 조영순은 등이 시큰거리는 것 같았다. 그건 주전자에 데어 물집이 생긴 상처였다. 엄혜정은 육성현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남들은 내가 그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줄 알겠네. 분명히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 그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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