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서규영, 인정해. 넌 아직도 날 잊지 못했잖아. 네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지금도 나뿐이야.”
그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고태빈이... 박 회장님의 여자를 공개석상에서 빼앗는다고?’
누구나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거짓이라기엔 지나치게 진심이었고 이성으로 설명하기엔 광기에 가까운 확신이었다.
사실서규영이 한때 고태빈을 사랑했다는 건 십 년 전부터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서규영은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
“고태빈, 정말 내가 휴대폰을 꺼내서 보여주길 바라?”
그 말에 고태빈은 비웃듯 고개를 들었다.
오늘 그는 이 자리에서 마침내 그녀의 가면을 벗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서규영의 휴대폰에 저장된 자신의 연락처가 모두의 눈앞에 드러난다면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척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모든 순간을 지켜볼 박시형의 표정이 가장 기대되었다.
“할 수 있으면 꺼내 봐, 다들 보게.”
그녀는 천천히 가방 속으로 손을 넣었다.
여전히 진동이 울리고 있었고 화면 위에는 한 통의 전화가 또렷이 표시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고개를 내밀었다.
‘도대체 어떤 이름이길래 태빈이가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까?’
‘규영이가 박 회장님 아내라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미친 듯 덤비는 이유가 뭐지?’
그런데 화면을 본 사람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놀람과 당혹,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연민이 뒤섞인 얼굴들이 그를 향했다.
하지만 고태빈은 그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모든 일이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그 순간,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그래, 이제 모두 알겠지. 규영이가 아직도 나한테 미쳐 있다는 걸.’
그러나 그 희열은 오래가지 않았다.
등줄기를 타고 싸늘한 기운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졌다.
동정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들 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서서히 몸을 조여 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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