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서규영의 차가운 눈빛과 침착한 말투에 고태빈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녀는 담담하게 이어갔다. “난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야. 오빠가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랑을 무조건 받아야 할 의무는 없어. 어릴 때는 그랬어. 내가 좋으면 다 괜찮았고 세상이 무너져도 오빠 곁에 있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렸을 때 얘기야. 지금은 달라. 그때의 사랑은 이미 다 닳고 타버렸어.”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오빠는 아직도 사랑이 남았다고 말하지만 난 이제 아니야. 그래서 오빠가 아무리 사랑해도 난 돌아가지 않아. 오빠한테도 오빠의 그 끔찍한 ‘가족’한테도.” 곧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생각해 보니 그 3년 동안 나는 하루하루가 숨 막혔어...” 그러자 고태빈은 마지막으로 매달리듯 말했다. “규영아, 제발 한 번만 더 생각해 줘. 나율이 이제 대학 붙었잖아. 입학하면 바로 기숙사 보내겠다고 약속할게. 어머니도... 어머니는 고향으로 돌려보내면 돼. 이제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아. 우리 둘만 남을 수 있어. 진짜야.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줘.” 그 말에 서규영은 피식 웃었다. “그래. 결국 오빠도 알고 있었던 거네. 그 여자가 날 괴롭히고 짓밟고 있었단 거.” 그녀는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거 이젠 중요하지 않아, 고태빈. 다 끝났어. 마지막으로 분명히 말해줄게. 나랑 박시형이 결혼한 거 장난 아니야. 우린 진짜 결혼했고 진짜로 함께 살고 있어. 지금 우린 사이도 좋고 나는 이혼할 생각이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빠 옆엔 이미 박해은이 있잖아. 그러니까 제발...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쳐다보지 말고 지금 있는 사람이나 잘 챙겨.” 공기가 싸늘히 식었고 서규영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 서로 원수는 되지 말자. 그래도 부부였잖아. 조금은 체면을 남겨둬야지. 이별은 깔끔하게 각자 행복하게... 그게 제일 좋잖아?” 그러나 고태빈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