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화

“나는 남자야, 내가 돈을 벌어야 너희들 쓸 수 있잖아!” 거의 소리를 지르듯 말하는 고태빈의 모습에 그가 정말로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낀 고나율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경희가 아직 고비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고태빈과 고나율은 계속 병원에 있으면서 그녀 곁을 지켰다. 그 사이 목숨이 위독하다는 통지도 한 번 받았다. 긴급한 상황 때문에 고태빈은 박해은 쪽에서 준비해야 할 일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하지만 박해은은 고태빈이 모든 것을 이미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고태빈이 평소 그녀와 약속한 것들은 기본적으로 다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저녁 퇴근 후 모두 함께 식당으로 향할 때 박해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박해은의 표정을 본 박채원은 박해은이 바로 섀도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겠는가. 서규영도 박해은의 연기력에 꽤 감탄했지만 그러면서도 박해은이 이렇게 자신만만한 이유가 분명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즉 박해은은 이미 대응책을 생각해 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차 안에서 서규영은 손윤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 오후에 누구 찾아온 사람 없었어?] 서규영은 금방 문자를 받았다. [없었어.] 서규영은 마음속으로 약간 의아했지만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다른 쪽에서 또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만두야, 저녁에 너도 와.] 서규영은 ‘응응’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하지만 나를 모르는 척해야 해. 알지?] [알겠어, 근데 왜 네가 섀도우라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바라지 않는 거야? 이해가 안 돼.]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섀도우라는 정체로 한 가지 일을 더 해야 했기에 지금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낼 수 없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예약한 곳은 여전히 로킹 레스토랑이었다. 더 우연인 것은 지난번과 같은 룸에 서비스도 그때 그 매니저가 했다. 매니저는 박해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