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순간 손윤겸의 한 마디가 단번에 분위기를 깨뜨렸다.
손윤겸이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시죠?”
서규영은 ‘푸하’하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박해은은 마치 절벽 끝으로 내몰린 것처럼 느껴졌다.
확신에 차 있던 심장은 사정없이 두근거리며 요동쳤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고태빈이 손윤겸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걸까?’
게다가 손윤겸은 정말로 박해은을 모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박사님 후배 섀도우예요. 제가 만두예요.”
일부러 손윤겸이 섀도우를 부르는 애칭까지 말한 박해은은 똑똑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윤겸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해은을 바라보았다.
안경 너머의 눈빛은 호수처럼 잔잔했지만 왠지 모르게 압박감이 느껴졌다.
박해은은 이 순간 자신이 없어졌다.
‘이미 주식을 받았으면 협조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박해은은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저를 완전히 잊으신 건가요?”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었던 박해은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된 상태라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일 수 없었다.
그리고 고태빈이 분명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절대 이 자리에서 얼굴을 깎일 수 없었다.
잠시 침묵하던 손윤겸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고개를 돌려 박채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여자, 정신이 이상한가요?”
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모두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고 박채원조차도 놀라 말을 하지 못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박해은을 흘깃 쳐다본 박채은은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손윤겸에게 물었다.
“저분이 박사님 후배 섀도우 아닌가요?”
손윤겸은 침착하게 말했다.
“전무님, 지금 농담하시는 건가요? 제 후배는 순수하고 활발하며 아주 총명한 사람입니다. 저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