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육경민이 물었다. “박 팀장님이 섀도우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섀도우인가요?” 손윤겸이 입을 열었다.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박해은은 마치 강력한 주먹질을 연속으로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고 몸도 휘청거려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아니, 이건 아니에요.” 힘없는 목소리로 변명하려 하자 손윤겸이 나서서 추궁했다. “그쪽 대체 누구죠? 왜 내 후배 섀도우인 척하면서 마일 테크의 팀장 자리에 있죠?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이 순간 기술팀 사람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입가에는 겨우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육경민이 말했다. “다른 사람의 신분을 사칭하고 그 신분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박해은이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저 진짜 섀도우예요. 여러분이 지금 짜고 나한테 거짓말을 하면서 저를 괴롭히는 거잖아요.” 바로 그때 박시형이 나섰다. “아직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거야?” 박시형의 위압적인 모습을 본 박해은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박채원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더니 박해은의 뺨을 후려쳤다. “내가 너를 얼마나 믿었는데. 승진까지 시켜 줬는데 이제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속이고 이용하고 있었구나.” 박해은은 얻어맞은 뺨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이제는 박채원이라는 버팀목마저도 잃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고모,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 박시형이 말했다. “또 무슨 변명을 하려고? 그게 무슨 말이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네 엄마 아빠의 체면도 봐주지 않을 거야.” 박해은은 순간 겁에 질렸다. 이 일이 박휘준과 송인서가 안다면 그들은 반드시 박해은을 버릴 것이다. 박해은은 원래부터 그들의 친자식이 아니었다. 게다가 박아람이 돌아온 이후로는 더욱 냉랭하게 박해은을 대했다. 박씨 가문에서 원래부터도 하찮은 존재였지만 최근에는 고태빈의 회사 덕분에 마일 테크의 기술팀장이 되자 송인서가 그녀를 유난히 친절하게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