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화

그녀의 대답에 박시형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설마 나 떠날 생각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서규영이 고개를 저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건 아니야.” 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 오빠를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아.” “!” 서규영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박시형의 눈빛이 순간 기쁨으로 빛났다. “매일매일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었어!” 싱긋 미소 지은 서규영이 손을 뻗어 박시형의 뺨을 쓰다듬었다. 손끝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져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아직은 그냥 좋아하는 정도야. 우리는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열정을 나눌 수 있어. 하지만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보다 더 깊고 단단한 사랑이 필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서규영은 과거의 자신이 가망 없는 사랑에 매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차례의 실패한 결혼 생활은 그녀를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람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물론, 서규영의 태도는 박시형에게 다소 불공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건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의 인생은 오직 자신을 위해 살고 싶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감정보다 우선시될 수 없었다. 그녀가 박시형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솔직함이었다. 서규영을 품에 안은 박시형이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규영아, 나는 네가 날 좋아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진심이야. 난 아이는 신경 안 써. 하지만 확신해, 언젠가 너도 나와의 아이를 원하게 될 거야.” 서규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후 며칠 박씨 가문 본가는 목기러기를 준비하랴, 예물함을 준비하랴, 대외적으로 박해은과 고태빈의 성혼을 알리느라 바빴다. 박시형이 모든 비용을 회사에 청구해도 된다는 말을 떠올린 송인서는 결혼식을 극도로 사치스럽게 준비했다. 결혼식은 대단한 규모로 진행되었으며, 고태빈이 지금의 가장 핫한 인물인 탓에 각계각층의 언론까지 이번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