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숨을 쉬었다.
한때 박윤성에게 얼마나 집착했으면 다들 내가 진심으로 이혼하고 싶어 한다는 걸 믿지 않는 걸까?
“그 사람 이야기는 그만해. 듣기 싫어.”
나는 가차 없이 그의 말을 잘랐다.
“오늘 널 만난 이유는 그날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야. 솔직히 말해봐. 원하는 게 뭐야?”
고인우는 눈썹을 치켰다.
“뭐든 다 가능?”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불법이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고인우는 무심코 나를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왠지 예전이랑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래?”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소은하 외에는 내가 기억 상실이라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고인우와의 관계도 아직 가늠이 안 됐다. 소은하는 그가 내게 대시했고 내가 또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어색한 상황이었다.
나는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달라졌는데? 며칠 전에 물에 빠져서 충격받아서 그런 거겠지...”
“지연아, 너 대체 왜 그래?”
고인우가 미간을 구기며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 오랫동안 알고 지냈잖아.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나는 잠시 멈칫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고?”
소은하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게 맞다.
하지만 이게 대체 뭔 말일까?
대학교 때부터 알았다는 건가?
고인우가 테이블을 두드렸다.
“설마 나 잊었다고 할 거야?”
나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널 기억해야 해?”
그는 나를 꿰뚫어 보듯 빤히 쳐다봤다.
“송지연, 너 이상해. 자살 소동 이후로 너무 달라졌어. 혹시 박윤성 때문이야?”
나는 야유를 날렸다.
“너도 내가 달라진 걸 알아차리는데 박윤성만 몰라. 이 결혼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어!”
고인우가 놀란 듯이 물었다.
“진짜 이혼하게?”
“그게 그렇게 놀라워?”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수영장에서 일어난 일만 봐도 이혼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의 너는 박윤성에게 완전 미쳐 있었잖아. 진짜 이혼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