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박윤성은 조민서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차분하게 눈썹을 내리며 말했다.
“단지 약간의 비용이 더 드는 일일 뿐이야. 나한테 일일이 허락받을 필요 없어. 네가 결정해.”
그 말에 조민서는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역시 윤성 오빠가 최고야! 오빠가 동의할 줄 알았어! 나 여기 올 때도 비서들이 오빠가 쓸데없는 일에는 절대 관심도 안 갖는다고 그러더라고...”
나는 그 말을 듣자 실소가 나왔다.
조민서는 정말 능수능란했다. 짧은 말 몇 마디로 여러 가지 메시지를 교묘히 담아냈으니까.
첫째는 자신이 업무 능력이 탁월해서 단독으로 프로젝트 하나쯤은 거뜬히 처리할 수 있다는 점, 둘째는 본래 마음씨도 착해서 도시 주민들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 셋째는 박윤성 곁의 비서들은 인정도 없어 그녀만 못하고 심지어 박윤성을 자기들 멋대로 판단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과시하는 동시에 남을 은근슬쩍 깔아뭉개는 솜씨가 실로 대단했다.
그래서였을까. 스물다섯의 내가 왜 그토록 이 결혼 생활에 지쳐 무너졌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상대가 정말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내 성격이었다.
내가 원래 남의 사랑을 뺏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누가 뭐래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기운 남자라면 미련 없이 놔줬을 나였다.
‘그런데 왜 나는 그토록 몰리고 몰려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선택까지 하게 되었을까?’
그때,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대표실 바로 앞이 비서실이라 아마 비서들이 다시 업무를 보러 오는 중일 것 같았다.
“대표님에 관해 들었어요?”
“조민서 씨가 입사한 얘기요? 아님 조민서 씨가 대표님 와이프랑 얽힌 얘기요?”
“둘 다 큰일이죠 뭐!”
“사모님이 이제 바뀌는 거 아니에요? 그날 조민서 씨랑 사모님이 같이 물에 빠졌는데 대표님이 조민서 씨부터 건졌대요!”
“저도 들었어요! 사모님 진짜 불쌍해요! 겨우 신데렐라처럼 재벌가에 시집갔는데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망신을 당하다니요!”
“근데 그건 자업자득 아니에요?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