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사무실 안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박윤성의 눈동자는 원래부터 차가운 빛을 머금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싸늘했다. 비서들은 숨도 크게 못 쉬고 전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는데 그가 턱을 살짝 들어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일제히 빠르게 자리를 떴다. 다만 조민서만 아직 그대로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윤성 오빠...” “너 먼저 나가 있어.” 그는 조민서를 보지도 않은 채 오롯이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조민서는 순간 머뭇거리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나갈래. 지연 씨가 또 오해한 거 아니야? 나 설명할 수 있어...” 그리고 곧장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연 씨, 저랑 윤성 오빠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그냥 남매처럼 자란 사이예요.” 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아버지도 다르고 어머니도 다른 남매 사이?” 조민서는 입술을 꾹 다물더니 낮게 내뱉었다. “우린 수십 년을 함께 자란 소꿉친구예요. 정말 무슨 일이 있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겠죠.” 박윤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조민서를 힐끗 보더니 곧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을 거뒀다. 그 짧은 순간 그의 눈빛에 싸늘함이 스쳤는데 그게 내 착각이었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냉정한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는 여전히 나만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그 말은 조민서에게 향해 있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어. 쟤 안 믿을 거야.” 마치 내가 수백 번 설명해도 믿지 않는, 말도 안 되는 고집쟁이라도 되는 양 들리는 말투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요, 박윤성 말이 맞아요. 전 안 믿어요.” 조민서는 억울하다는 듯 정색했다. “우린 정말 남매 같은 사이예요. 윤성 오빠가 저한테 잘해주는 건 어디까지나 오빠로서예요!” “그럼 남매가 연인이 되길 바랄게요.” 내 말에 박윤성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고 조민서가 뭔가 더 말하려 하는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는 늘 그랬듯이 기분이 좋을 땐 어린아이 달래듯 나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