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고인우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내게 말을 이어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내가 백지 수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거야.” 나는 진지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갓 걸음마를 뗐을지 모르지만 이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성의야.” 나는 고인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투자는 원래 손실과 이득이 함께 따르는 법이잖아. 그건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면서 심각하게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도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을게. 무조건 돈을 번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내가 네게 주는 이익은 제일 높을 거야.” “나를 조사했나 본데.” 고인우가 서류를 훑어보고는 아무렇게나 테이블에 던져두고 느긋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 투자 사유까지 연구한 거 보면 정말 준비 단단히 하고 왔구나.” 나는 고인우를 향해 웃었다.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게 해야 하는데 당연히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는 알아야지.” “그래. 고민해 볼게.” 고인우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친분이 있다고 뒷문을 열어주거나 그런 거 없어. 프로젝트가 정말 돈을 번다면 다른 사람의 눈이 두려워 협업하지 않을 일도 없을 거고.” “그러면 나야 좋지.” 나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고 사장, 윈윈하길 바라.” 고인우가 콧방귀를 뀌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그런 고인우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대낮부터 술을 먹는 건 좀 너무 과하지 않아?” “나 지금 투자자야. 다른 투자자한테도 그따위로 말할 수 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앞에 놓인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고인우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이 술 한 모금에 4,000만 원인데 내외 좀 하지?” 이 말에 나는 사레가 걸렸다. “한 모금에 4,000만 원이라고?” ‘미쳤나 봐.’ 고인우가 티슈로 내 입가를 닦아주려는데 멈칫한 내가 고인우의 손에서 티슈를 받아오며 불필요한 접촉을 줄였다. 고인우의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팔을 거두긴 했지만 표정이 차가워졌다. “너희 집 지하에 있는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