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은 원래도 억울했는데 내 말을 듣고 해소할 구멍이라도 찾았다는 듯이 아까 있었던 일을 그대로 다 털어놓았다.
“친구랑 쇼핑하고 있었는데 조민서랑 조민서 졸병들을 만났어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내가 뭘 고르든 꼭 뺏으려 들더라고요.”
“참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한마디 했더니 조민서 졸병이 우리 엄마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솔의 눈을 조민서에게 선물로 줄 정도면 우리 가문은 조씨 가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조공에 눈이 먼 태감이나 시녀일 뿐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말에 고준호와 설미정의 안색이 변했다. 박윤성의 체면을 봐서 조민서에게 잘 보이려고 한 건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겉으로 내비치는 체면은 유지하려 애썼는데 조민서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할 바가 못 돼도 다른 사람 앞에서 토론하는 건 두 사람의 얼굴을 후려치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금기시되어야 했다.
조민서도 이를 깨닫고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기도 모르게 고준호를 힐끔 쳐다보며 설명하려 했다.
“회장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조민서가 잠깐 멈칫하더니 바로 부정했다.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한 적이 없긴 왜 없어? 그때 네가 딱 이렇게 말했구먼.”
고윤정이 흥분하며 말했다.
“내가 이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아니라고 우겨보려고?”
조민서가 언짢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니까. 도대체 뭘 인정하라는 거야?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책임지라고 한다면 미안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어.”
고윤정이 순간 눈을 부릅뜨며 이를 악물고 한참 동안 욕설을 퍼붓더니 결국 조민서에게 파렴치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자 조민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지연 씨를 위해 나서주고 싶어서 일부러 거짓말까지 만들어가면서 몰아붙이는 거야? 난 오히려 지연 씨에게 묻고 싶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조민서가 나를 바라봤다. 딱 봐도 내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조민서는 박윤성 와이프라는 명분이 있는 나를 원망해 언제든 끌어내리려 한다는 걸 알고 있어 고윤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