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고윤정의 표정이 어딘가 불만스러워 보였다. “당연히 조민서가 내 심기를 건드렸으니까 그랬죠. 원래는 상대할 생각이 없었는데 조민서랑 조민서 졸병들이 내 앞에서 자꾸만 거들먹거렸다니까요.” “어떻게 거들먹거렸는데?” 내가 물을수록 조민서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조민서는 고윤정이 충동적인 성격이라 조금만 자극해도 이성을 잃고 마땅한 변명을 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아니었기에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놔둘 리가 없었다. “됐어요. 애초에 따질 생각 없었어요.” 조민서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바닥 모양으로 부어오른 얼굴과 빨개진 눈시울이 참으로 억울해 보였다. “지연 씨. 내가 못마땅한 거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지연 씨와 아무 상관이 없으니 참견하지 마요. 윤성 오빠만 난감해지니까.” 나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이제 와서 이 일이 나랑 아무 상관 없다고요? 아까 고윤정이 나를 대신해 달려들었다고 할 때는 확신에 차 있더니 지금은 왜 말을 바꾸는 거예요?” 조민서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듯 싶더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난 그저 이 상황이 빨리 종식됐으면 해서 그랬어요. 사람이 살다 보면 말실수할 수도 있는 법인데 꼭 그렇게 물고 늘어져야겠어요? 고윤정이 왜 이러는지는 지연 씨가 더 잘 알잖아요. 내가 양보하겠다는데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아이고, 내가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다고?’ 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조민서에게 물었다. “그러지 말고 억울한 거 있으면 다 털어놔요. 나도 민서 씨가 억울한 거 못 보겠어요. 게다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건 정상 아닌가요?” 옆에 있던 고윤정은 그제야 내 의도를 알아채고 바로 나섰다. “그래. 내가 손댄 이유를 말하면 되는데 왜 숨기려 들어?” 조민서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떳떳하다는 듯 말했다. “아무튼 사람을 때린 건 잘못된 거잖아. 이제 더는 입씨름하기 싫으니까 이쯤에서 끝내자.” 조민서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너그러운 척 이렇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