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 있던 소은하가 느닷없이 말했다.
“그럼 박윤성한테 도움 청해보는 건 어때?”
“뭐?”
나랑 고인우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고인우는 격하게 반응했다.
“절대 안 돼. 지연이한테 박윤성에게 부탁하라고 할 수는 없어!”
생각에 잠긴 나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출장 중이니 할아버지가 이런 일로 박윤성을 귀찮게 하지는 않았을 거야. 정말 고윤정을 구해내고 싶다면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박윤성밖에 없어.’
“박윤성한테 도움을 청해서 윤정이를 구해낼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비록 서로 윈윈하며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일 뿐이지만 내 기획안을 통해 내 능력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 거야. 아니었다면 다른 투자자를 찾으라고 했겠지. 그러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텐데 그마저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내 기획안에 자신은 있지만 언제나 운도 필요한 법이지. 그렇게 보면 고인우가 내 운이야.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박윤성한테 부탁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
하지만 고인우는 끝까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안 돼. 난 허락 못 해. 송지연, 너 이제 박윤성이랑 이혼할 거잖아. 근데 그런 사람한테 왜 부탁을 해?”
“나는 그냥 윤정이를 위해서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윤정이를 구해내는 거야.”
고인우는 갑자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윤정이는 너한테 어떤 사람이야? 너희 둘은 친구도 친척도 아니잖아. 부모님조차 더는 신경 쓰지 않는데 네가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뭐라 대답할지 몰랐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고인우가 가까이 다가오며 계속 물었다.
“송지연, 혹시 나 때문이야? 내 동생이라서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고개를 돌리며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소은하를 바라봤다.
소은하는 그냥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문까지 닫아주며 말없이 방에서 나가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고개를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