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서는 나를 도발하며 내가 타격받기를 바랐지만 나는 차갑게 웃으며 분노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게요. 윤성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민서 씨를 선택했다는 건 민서 씨가 윤성이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건데 내가 두 사람 허락해 줄게요. 남매에서 부부가 되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이 말에 조민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박영훈은 화가 치밀어올라 손을 들어 내 뺨을 후려치려 했다.
“송지연, 그 입 다물어.”
“윤성이가 민서를 구하면 어때서? 설마 민서랑 비기는 건 아니지? 민서가 동생일 뿐이라도 윤성이는 민서를 우선으로 해야 해.”
나는 박영훈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역겨운 말을 내뱉는지 의문이었다. 박영훈의 손이 내 볼에 닿으려는 순간 내가 고개를 살짝 돌리는 바람에 허탕을 친 박영훈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나는 박영훈을 부축하기는커녕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민서 씨를 손주며느리로 점찍어뒀으면 민서 씨랑 결혼하라고 하지 그러셨어요? 윤성이가 할아버지 말을 얼마나 잘 듣는데 지금이라도 이혼하라고 하세요.”
“내가 못 할 줄 알고?”
박영훈이 혼탁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자 근엄한 아우라가 사람을 짓눌렀다. 다만 나는 이제 박영훈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예전의 송지연이 박영훈을 어떻게 달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아부나 두려움이 아닌 차가움과 역겨움이 담긴 눈빛으로 박영훈을 똑바로 쳐다봤다.
“하세요. 얼마든지 할 있다는 거 알아요. 꼭 성공하길 바라요. 정말 윤성이를 설득해서 나와 이혼하게 한다면 민서 씨와 윤성이가 결혼하는 날 축의금도 넉넉히 넣을게요.”
나는 이 말을 뒤로 몸을 돌렸다. 박영훈은 떠나가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만 속이 꽉 막혀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조민서의 당황한 목소리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수그리며 박영훈을 돌아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한 나는 그제야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복잡한 일에 휘말릴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만약 조민서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