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내가 조민서의 아픈 구석을 찌르자 그녀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송지연, 착각하지 마! 윤성 오빠가 너한테 잘해준다고 해서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해? 웃기지 마. 윤성 오빠는 그저 네가 그의 아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나마 잘해준 거야! 이혼하고 나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자살 소동 후 처음 깨어났을 때만 해도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너졌을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가슴 쪽에 손을 가져갔지만 그곳엔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고윤정이 먼저 폭발했다. “정말 염치도 없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지연 언니한테 그런 말을 해? 정말 백 보 양보해도 언니랑 박윤성은 합법적인 부부지만 넌 뭐야? 뭔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조민서는 고윤정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는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가슴을 내밀며 당당히 말했다. “윤성 오빠한테 나는 거의 친여동생 같은 존재야. 내가 뭐냐고? 난 가족이지!” 그 말에 고윤정은 비웃듯 웃어버렸다. “가족? 무슨 가족? 네 이름이 같은 호적에 걸려있기라도 해? 아니면 박윤성의 재산을 상속받기라도 했어? 그저 예전에 어른끼리 조금 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아내한테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정말 사람들이 널 좋아해서 떠받들고 있는 줄 알아? 다 박씨 가문 체면 때문에 참고 있는 거야. 뒤에서 널 어떻게 비웃고 있는지는 알아?” 조민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그만큼 고윤정의 말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마음에 꽂혔다. 나는 몸도 겨우 가누던 고윤정이 이렇게까지 강한 공격력을 보일 줄은 몰랐다. “됐어. 그만해.” 고인우는 동생의 상태가 걱정되는 듯 그녀를 말렸다. “아직도 깨달은 게 없구나. 아무리 사실이라도 사람 앞에서 대놓고 얘기하면 안 되는 거야.” 그의 말은 겉보기엔 중재 같았지만 대놓고 조민서를 비꼬고 있는 것이었다. 조민서는 그 말을 듣고 더더욱 화가 난 얼굴로 외쳤다. “고씨 가문은 대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