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가은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솜이는 삼촌 품에 있을 땐 이렇게 얌전해요? 제가 안을 땐 계속 울면서 도망갔어요.” 솜이는 분명 자신이 안으려 할 땐 야옹야옹 울며 금세 도망쳤다. 그런데 박태진 품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얌전했다. 그 말을 들은 박태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말없이 웃으며 고양이의 머리를 손끝으로 부드럽게 긁어줬다. “길고양이라서 아직 야성이 좀 남아 있거든. 네가 너무 작아서 얕봤을 수도 있지. 나는 어른이니까 오히려 경계해서 도망을 못 간 거고.” “아...” 가은이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술을 삐죽이며 억울한 듯 투덜거렸다. “제가 밥도 많이 줬는데요...” 박태진은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선명히 그려졌다. 눈을 조금 내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훈련이 필요해. 얘가 네 말을 듣게 하고 싶으면 먼저 친해져야지. 이리 와봐. 방법 알려줄게. 다음부턴 네가 안아도 도망 안 갈 거야.” “진짜요?” 가은이는 반신반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엄마의 전남편이라 경계심이 컸지만 작고 말랑한 고양이의 유혹은 너무나 강력했다. 잠시 망설이던 가은이는 결국 조심스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작은 몸이 조심스레 그의 팔에 기대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박태진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네 손, 나한테 줘봐.” 가은이는 말없이 조그만 손을 그의 커다란 손 위에 올렸다. 그는 아이의 손을 살며시 감싸 고양이에게 천천히 갖다댔다. “안기 전에 먼저 이렇게 머리를 살살 만져줘. 그래야 너한테 익숙해지고 안심하거든.” 따뜻한 그의 손에 이끌려 고양이를 조심스레 쓰다듬자 놀랍게도 솜이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다가오더니, 가은이의 손가락을 살짝 핥았다. “우와!” 가은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뻐서 소리쳤다. “저를 핥았어요! 삼촌, 진짜 대단해요!” 박태진은 보기 드물게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웃었다. 인내심과 여유가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시훈은 속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