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허소원은 퇴근 후 식사를 마치고 박태진을 치료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밥을 막 먹고 일어섰는데 가은이 손등에 붙은 반창고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은아, 손은 왜 그래? 어디 다친 거야?”
그녀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묻자 가은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고양이 쫓아가다가 나뭇가지에 조금 긁힌 거예요.”
그렇게 화단 사이로 들어갔다가 고양이를 놓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허소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정말 못 말려. 다음부터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마. 흉터라도 생겨서 얼굴에 자국 남으면 어떻게 할 거야.”
“괜찮아요. 가은이는 엄청나게 멋진 명의 엄마가 있잖아요.”
가은이는 귀엽게 엄마 품에 안기며 애교를 부렸고 허소원도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밖에서 노는 건 좋아. 그런데 2번 빌라 근처는 절대 가지 마. 약속이야.”
‘2번 빌라...? 그거 아까 오빠 집이었잖아? 나 지금 거기서 왔는데...’
조금 뜨끔한 가은이는 괜히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왜요? 거기 뭐가 있는데요?”
허소원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놨다.
“거긴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다녀. 엄마가 봤는데 진짜 무섭게 생겼어. 가은이가 잡혀가면 어떡해? 엄마랑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어.”
하지만 가은이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엄마는 그냥... 내가 그 나쁜 전남편이랑 엮이지 않길 바라는 거잖아.’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대답했다.
“네. 엄마. 절대로 안 갈게요.”
아이가 말은 순순히 들었지만 허소원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가은이는 매일 집 근처에서 놀고 박태진은 요즘 재택근무 중이었다. 두 사람이 마주칠 가능성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허소원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하자. 엄마가 유치원 하나 알아봐줄게. 내일부터 유치원 다니자.”
“왜요...?”
가은이는 금세 울상을 지었다.
세온시에 오면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