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성녀는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가운데 그녀의 오색 깃털 옷이 저절로 펄럭이며 무지개빛 광휘가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꽃잎비가 흩날리는 그 중심에 선 그녀는 비단처럼 찰랑이는 머리칼을 휘날렸고 피부 위로 은은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옷자락 하나 찢어진 곳 없이 완벽한 상태였다.
그녀는 다름 아닌 오색 공작이 인간의 형체를 얻은 존재였다. 이 종족은 태고 시대에 신족과도 맞설 수 있었던 지배자들이었다. 태생부터 오색의 신광을 품고 태어나며 그 광휘는 세상의 모든 법술을 꿰뚫는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천지의 법칙조차 그 신광을 억누르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공작이 이렇게 빠르게 회복하다니, 나도 거들겠어!”
도화 성자가 소매를 휘두르자 하늘 가득 복숭아나뭇가지가 뻗어나가며 만개했다. 그는 방비 성녀와 함께 좌우에서 협공해 들어갔다.
이천후와 공작의 예상대로 그들은 정탁수 혼자만으로도 이천후를 상대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 탓에 정탁수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고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셀 수 없이 많은 소용돌이치는 검은 공으로 응축되었다.
그것들은 마치 쏟아지는 폭우처럼 사방에 떨어졌고 각 공마다 천지를 삼킬 듯한 위압을 품고 있었다. 이천후는 마치 뼛속까지 냉기와 칼바람이 파고드는 듯했고 그의 살갗은 갈기갈기 찢어질 것만 같았다.
“깨져라!”
이때 이천후가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금룡이 꼬리를 치듯 그의 권영이 허공을 갈랐고 손바람은 해와 달을 교차시키며 흑공에 정면 충돌했다. 눈부신 빛이 폭발하며 하늘과 땅의 색이 바뀌었고 두 사람의 격돌 지점에서는 석판이 한 조각 한 조각 부서져갔다. 심지어 그 화려하던 누각도 절반 이상이 붕괴되어 버렸다.
정탁수는 피범벅이 된 입을 벌리며 웃어 보였다.
“정말 강력한 육체네. 대단해. 네놈을 산 채로 삼켜버린다면 내 마공은 완전무결하게 완성될 거야!”
곧 그의 등 뒤에서 순식간에 수십 개의 칠흑빛 팔이 솟구쳐 나왔다. 각 팔마다 보라빛과 흑색이 어우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