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 그동안은 네놈에게 항상 세 수쯤은 남겨두곤 했어. 하지만 오늘 내가 나타난 건 네놈의 목을 떨구겠다는 뜻이야.”
황혜교는 허공에 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연꽃 전투복은 끊임없이 금속음을 냈고 그 틈을 따라 오색의 빛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분명히 신성하고 깨끗한 빛인데도 그녀의 실루엣은 점점 더 매혹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손목을 가볍게 비트는 순간 날카로운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갑자기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빛 비늘로 덮인 봉황의 부리를 닮은 짧은 창이었다.
이천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병기에서 흘러나오는 은백색의 광채는 마치 달빛이 응결된 듯했으며 그 안의 살기는 그의 혼을 찌르듯 날카로웠다.
‘대단한 녀석을 들고나왔군.’
연꽃 전투복도 예사롭지 않더니, 그 봉황 단창은 한눈에 봐도 살상을 위해 태어난 무기였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진짜 전쟁을 위한 병기. 이천후는 방심하면 당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전신을 감싼 전투복이 빛을 머금으며 그녀의 존재감은 신성하면서도 위풍당당했다. 피부마저도 투명하게 빛나는 듯했고 그녀는 천천히 봉황 단창을 들어 이천후를 정조준했다.
공기를 압도하는 살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 무기는 뭐로 만든 거야?”
이천후는 그 단창을 바라보며 묘하게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황혜교는 단창을 몸 앞으로 세웠다. 날 끝에서는 서리가 피어올라 안개처럼 퍼졌다.
“이건 봉혈은정이라는 극도급 신재로 만든 물건이야. 천 년을 넘게 용맥의 깊은 곳에서 단련돼야 겨우 완성되는 무기지. 너의 그 조악한 화로봉 따위랑은 비교조차 되지 않아. 웬만한 신급 무기쯤은 한 번 그으면 두 동강이 나.”
“뭐라고, 봉혈은정?”
이천후는 매우 놀랐다. 봉혈은정이라니. 극도급 신재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하는 재료였다. 대라은정에 봉황의 피가 스며든 희귀 광물로 천지가 키우고 하늘이 품은 존재였다.
그 단창이 봉혈은정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거의 일존 제국 병기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