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피로 물든 입가를 거칠게 닦아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미 숨이 끊어졌을 부상이었지만 그는 절세보체에 만고금신까지 갖춘 몸이었고 거기에 목황진기가 오장육부를 보호해주고 있어 한 줄기 숨만 남아 있어도 살아날 수 있었다.
그가 달리면서 동시에 내공을 운용하자 찢어진 상처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방금 정면으로 받아낸 그 기술은 정말 기괴했다. 황혜교의 등 뒤에 나타난 그 허상은 마치 진짜 신이 강림한 듯한 위엄을 지녔고 그 존재는 손가락을 툭 튕겼을 뿐인데 이천후 온몸의 뼈가 부서질 뻔했으며 그의 식해 안에 모셔져 있던 찬란한 금빛 왕불 법상조차 거미줄 같은 금이 가 버렸다.
이건 분명 황혜교 본인의 힘이 아니었다.
‘미친 거 아냐?’
이천후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났고 그의 부츠 밑창이 번개를 품은 듯 번뜩였다.
이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더 버티다간 진짜 죽는다.
황혜교의 몸에서 금빛 광휘가 폭발하듯 퍼져나갔고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천후, 네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기운은 봉쇄됐어. 구천십지 어디에도 네가 숨을 곳은 없다고!”
그녀는 발끝으로 가볍게 허공을 딛더니 순식간에 이천후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눈동자엔 사람이 아닌 듯한 은빛이 번쩍였고 그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망할... 남의 힘을 빌려 써놓고 천벌을 받을까 봐 무섭지도 않아?”
이천후는 급하게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튀면서 번개늑대 보법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저 미친 여자 황혜교는 분명 금기를 쓴 거다. 세상 어느 가문 비급이 진신급 존재를 소환한단 말인가? 그 대가는 생명 대부분을 날리는 수준일 텐데.
“널 죽일 수만 있으면 그깟 목숨쯤이야 버릴 수 있지!”
이때 황혜교의 등 뒤 허상이 허공에 손을 뻗자 봉황 단창이 만 장의 노을빛을 뿜어내며 나타났다. 그 병기는 하늘을 찢고 땅을 가르는 위력을 품고서 내리꽂혔고 그것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공간 자체가 비틀리며 균열을 만들어냈다. 그건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