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염왕의 일련의 행동은 그 결심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조민희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네 혈통이 강해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눈엔 아주 평범할 뿐이야. 이천후의 실력은 너도 알잖아? 넌 이천후의 곁에서 아무 도움이 안 돼. 이러다가 매일 짐승 반지 안에 틀어박혀 늙어가는 수밖에 없어.”
히이잉...
적염왕이 고개를 치켜들고 울부짖었고 눈동자는 활활 타오르는 두 덩이 불꽃처럼 붉게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네가 이번 융합에 성공한다면 넌 기린마 일족에 절대 뒤지지 않을 거야. 너도 알잖아. 기린마는 너희 전투 마족들 사이에서도 최상급,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존재라는 거.”
조민희의 말은 곧바로 적염왕의 가슴팍을 짓누르는 쇠망치가 되어 내리꽂혔다.
전투마로 태어난 자신이 주인의 곁에서 싸우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뭔가? 그런 삶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적염왕의 갈기털이 바람도 없는데 스스로 일렁거렸고 금빛과 붉은빛이 섞인 눈동자엔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적염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천후를 바라보며 목 깊은 곳에서 마치 천둥 같은 울음을 뿜어냈다.
이천후는 짐승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염왕의 몸에서 끓어오르는 그 투지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두 주먹을 꽉 쥐고 힘 있게 외쳤다.
“이천후란 이름 아래 ‘포기’란 단어는 없어! 내 동료는 불 속에서 단련된 진짜 사내야! 민희 성녀, 시작하죠!”
“허, 주인이나 말이나 아주 미친 짓을 하는 건 똑 닮았네.”
조민희는 장난기 가득하던 표정을 거두고 허공에 떠 있는 새까만 짐승의 뼈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이 기린 성골을 네 몸에 이식하려면 네 몸 속 모든 뼈를 뽑아내야 해.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아플 거야. 못 버티면 그대로 먼지가 되는 거지.”
그녀의 말에 응답하듯 적염왕이 하늘을 향해 포효를 터뜨렸다. 네 발굽에서 붉은 화염이 피어오르고 그 음파에 산등성이 전체가 진동했다.
“열반단!”
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