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62장

만약 이천후가 저 불덩이 속에서 미세하게나마 생명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는 분명 적염왕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고 여겼을 것이다. “뼈를 꺼내.” 조민희가 갑자기 날카롭게 외쳤다. 바람도 없는데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소름 돋게 일렁거렸고 그녀의 손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며 반투명한 거대한 손바닥이 형성되어 불덩이 안으로 거침없이 뻗어 들어갔다. 그 순간 이천후는 이를 으드득 갈게 만드는 ‘끼익’ 소리를 들었다. 거대한 손이 피와 살을 짓이기며 통째로 척추 하나를 뽑아낸 것이다. 이천후는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뽑혀 나온 뼈는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표면엔 검붉은 피줄기가 엉겨 붙어 있었다. 세 장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그의 뒷목엔 소름이 돋았다. 이건 정말 능지처참보다도 백 배는 더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천후! 어서 기린마의 뼈를 써!” 조민희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화염 속을 찢고 울려 퍼졌고 이천후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이상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짐승의 뼈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걸 용광로 같은 불속에 힘껏 던져 넣었다. 순간 붉은 살덩어리가 마치 굶주린 뱀이 먹잇감을 발견한 듯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검은 짐승의 뼈에 휘감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뼈 전체에서 신비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허공 위로 반투명한 기린마의 환영이 형성되었다. 그 환영은 고개를 치켜들고 무음의 포효를 내질렀다. 콰앙. 기세에 밀린 화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폭발했다. 살덩이는 산산조각 흩어졌지만 이내 기어다니듯 다시 모여들어 짐승의 뼈로 달려들었다. “기린마는 죽은 지 백 년이 지났어도 잔존한 혼백이 여전히 뼈를 지키고 있어.” 조민희는 손가락 끝으로 법결을 엮으며 말했다. 그녀의 휘날리는 머리칼이 불길 속에 휘감겼다. “이제 남은 건 적염왕의 생존 의지뿐이야. 그게 이 잔혼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천후는 타들어가는 땅 위에서 꿈틀거리는 살덩이를 응시했다. “지금 저 꼴로 고대 이수인 기린마를 이길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