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7장
“아가씨, 우리 그냥 돌아가요. 벌써 서영해에서 일주일 넘게 헤매는 중인데 그 늙은 조개의 그림자도 못 봤잖아요.”
보물선 안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늙은 조개’라는 말에 이천후는 무심결에 고삐를 살짝 당기며 신마의 속도를 늦췄다. 그러자 바다바람을 타고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왔다.
“아버지께서 그러셨어. 그 늙은 조개 뱃속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가 들어 있다고. 난 꼭 찾아야 해!”
이천후는 웃음을 참느라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저 두 사람, 꿈도 야무지군.’
그 조개 요괴가 수천 년을 수련하며 얻은 아홉 개의 명진주는 지금 이천후의 허리에 찬 강산대 안에서 얌전히 잠들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다시 보물선 안에서 말소리가 이어졌다.
“아가씨, 이 넓은 바다에선 그 늙은 요괴가 산호더미 속에 몸을 숨기면 찾기 어렵다니까요...”
“그럼 인부들을 더 써. 아니면 바다 밑에서 사는 정령들한테라도 물어보든가.”
이천후는 이쯤에서 말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문발이 찰랑거리며 열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붉은 불령주로 장식된 발이 한 손에 걷혀 있었고 그 아래서 한 소녀가 걸어나왔다.
대략 열일곱이나 열여덟쯤 되었을까. 희고 매끈한 이마, 계란형 얼굴에 부드럽게 휘어진 눈썹, 그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맑은 유리처럼 반짝이는 두 눈이었는데 언제라도 불꽃이 튀어나올 듯 강렬한 생기를 품고 있었다.
이천후는 가슴이 철렁했다. 겉보기엔 작고 여린 소녀지만 그녀의 기운은 마치 화산처럼 뜨겁고 사납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곧 이곳이 신염산과 가까운 해역이라는 걸 떠올렸다. 전설 속에 등장하는 구만 리의 불꽃 산맥, 공기조차 유황 냄새가 감도는 땅. 이곳 주민들이 천성적으로 불의 기운을 지녔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보세요, 잠시만요!”
“나를 부른 겁니까?”
이천후는 미소를 지으며 배에서 내리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빨간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눈처럼 하얀 피부까지 더해 마치 눈 속에서 피어난 붉은 꽃 같았다. 나이는 어려 보이지만 키는

Haga clic para copiar el enlace
Descarga la aplicación Webfic para desbloquear contenido aún más emocionante
Encienda la cámara del teléfono para escanear directamente, o copie el enlace y ábralo en su navegador móvil
Encienda la cámara del teléfono para escanear directamente, o copie el enlace y ábralo en su navegador móv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