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6장

펑. 용의 발에 힘이 더해지자 조개껍질의 균열 틈새로 푸른 요혈이 스며 나왔고 그제야 허공에 떠 있던 노인의 형체가 허겁지겁 목소리를 바꿨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이 노망난 놈이 3,600년을 고되게 수련해 겨우 인간의 형태를 얻었는데 동굴 안에 ‘창해월명주’ 일곱 알도 숨겨져 있습니다!” 놈이 겁에 질려 본모습을 드러내자 이천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살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원래 함부로 생명을 해치지 않는 성격인 그는 손짓으로 용령을 거둬들이며 나직이 말했다. “목숨은 살려주겠다. 대신 네가 가지고 있는 아홉 알의 보주는 내가 가져갈 거야. 날 모욕한 대가로 말이지.” 이천후의 시선이 조개껍질 안에서 빛나는 커다란 보주 아홉 개에 고정되었다. 그 말을 듣자 조해노인의 낯빛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그 아홉 개의 보주는 그가 밤낮으로 피와 정을 들여 단련해 온 보물이자 몸속 혈정이 농축된 생명줄 같은 존재였다. 달리 말하면 그의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잠깐만요! 한 번만 협상해 보시죠? 이 보주는 제 목숨과 같습니다. 이 몸통을 보세요. 얼마나 살지고 통통한지! 술안주로 몇 백 근쯤 베어드릴 테니, 어떠세요?” 조해노인은 안절부절못하며 껍질을 덜덜 떨었고 몸에 붙은 이끼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웁!” 이천후는 하마터면 헛구역질할 뻔했다. 저 늙은 조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몇 천 년은 산 늙은 괴물이다. 껍질엔 푸른 수초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조갯살은 청동녹처럼 물들어 있었다. 이건 뭐, 천 년 묵은 고기 덩어리, 개한테 줘도 고개를 돌릴 법한 노화된 육편이었다. “보주를 못 내놓겠으면 목숨으로 대신해!” 이천후의 손가락 마디에서 폭음이 울렸고 그의 손에 어느새 길이 한 장이 넘는 유금 대궁이 나타났다. 활줄이 울리자 흑금으로 만든 세 개의 화살이 매서운 살기를 품고 뻗어나왔고 화살촉은 정확히 조개살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겨눴다. 그러자 조해노인은 혼비백산했다. 아직 화살이 닿기도 전인데 벌써 정신을 찢어놓을 듯한 위압이 몰아쳤고 천 년 된 조개